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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떻게 거기에 가요?” 졸업을 앞둔 어느 대학생이 “대기업에 가고 싶냐”는 학교 취업센터 담당자의 질문에 휘둥그레진 눈으로 한 대답이다. 너나없이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기를 쓰는 판에, 내세울 만한 스펙도 실력도 없는 자신이 어떻게 대기업의 높은 취업문을 넘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취업센터 담당자는 질문을 바꿨단다. “그럼 중소기업을 알아봐야겠네.” 똑같은 대답이 학생의 뾰로통한 얼굴에서 나왔다. “제가 어떻게 거기에 가요?”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데다, 일이 많은 데 비해 월급도 적은 중소기업에는 가기 싫다는 말이다. 요컨대 이 학생은 실력이 안 돼 대기업은 언감생심이지만, 그렇다고 폼 안 나는 중소기업에는 가기 싫다는 거다. 이 학생을 실력도 없이 눈만 높다고 탓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대기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은 회피하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로 요약되는 이런 현상의 원인은 뭘까. 단언컨대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중소기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그 기업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 중소기업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운영하는 청년 취업포털 잡영(www.jobyoung.go.kr)에는 우수 중소기업 6만 곳에 대한 상세 정보가 가득하다. 잡영에 올라오는 우수 중소기업 정보는 중소기업청이 은행 신용평가, 매출액, 복리후생 등을 인증하고 업데이트한 자료다. ‘중소기업은 쥐꼬리 월급에 일만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여명 808’이라는 숙취 해소 음료를 만드는 (주)그래미의 직원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회사가 젊다보니 권위주의와는 담을 쌓았다. 좋은 회사 분위기 덕에 이직하는 사원도 거의 없다. 사내에는 찜질방부터 온천탕까지 각종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사원들의 복지는 무조건 최고로 한다. 1년에 한 번씩 맞춤 정장을 모든 직원에게 나눠주고, 회식은 꼭 고급 출장 뷔페다. 연회장도 따로 있다.
유리섬유복합제품을 생산하는 (주)한국화이바에서는 족구, 볼링, 마라톤, 자원봉사 등 직원 수가 많은 만큼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18개의 동아리에 연 120만 원의 활동비를 지원한다. 천연잔디가 깔린 정원과 잔디구장도 있다. 대학과 대학원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공부하는 직원을 위해 독서실까지 두고 있다.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인 (주)한국센트랄에는 회사 발전을 위한 직원들의 제안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회사와 조직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어떤 종류든 상관없이 의견엔 건당 3천 원을, 아이디어엔 건당 1만 원을 제안자에게 주기 때문이다. 오후 5시 30분이면 회사 대표가 직원들에게 퇴근을 종용하며 다닌다. 직원들을 위한 북 카페와 체력 단련실은 기본. 매년 10명 이상에게는 해외연수의 기회도 준다.
이처럼 대기업 못지않은 중소기업들은 의외로 많다. 근무환경과 복지여건이 좋은 중소기업에 대한 편견도 깨고, 취업의 단단한 벽도 깨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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